| 한 사람의 생각을 세상과 잇는 일  by 스토리프레스 출판도 일종의 제조업이라면, 출판 외주자로서 제가 하는 일은 컨베이어 벨트에서 날것의 원고를 가공해 책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저자의 원고는 장르도 다양하고 퀄리티도 천차만별이지만, 출간할 수 있는 책의 수준은 정해져 있죠. 그 수준에 도달하게끔 글을 고치고 다듬고 수정하고 삭제하는 것 등등이 제 일입니다. 그 가공 과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교정교열, 윤문 그리고 대필. 교정교열과 윤문은 기존 원고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인 데 비해 대필은 원고를 처음부터 생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럼 교정교열과 윤문은 어떻게 다를까요? 실무에서 어디까지 고치면 윤문이고, 어디까지가 교정교열인지 무 자르듯 잘라지지 않는 게 사실이죠. 저는 교정교열은 ‘다듬는’ 수준, 윤문은 ‘뜯어고치는’ 수준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교정교열은 내용을 많이 고치진 않아요. 교정은 오탈자 등 기술적으로 ‘틀린’ 부분을 고치고, 교열은 여기서 더 나아가 비문이나 어색한 표현, 논리적 오류 등을 바로잡아 다듬어요. 한편 윤문은 ‘리라이팅’ 혹은 ‘윤색’이라고도 부릅니다. 교정교열이 문장과 문단 단위에서 바라본다면 윤문은 원고 전체를 봐야 해요. 글의 주제와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불필요한 내용을 삭제하거나 문맥상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문단들을 다 해체해서 제조합하거나 전체 구성을 바꾸기도 하고요. 
 출판 조력자의 일일일  쉽게 얘기해서 저는 교정교열은 오류를 잡아내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마이너스 작업, 윤문은 원고를 더 나은 수준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플러스 작업이라고 생각해요.(둘 다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의미는 아닙니다). 대필은 다들 잘 알 거예요. 말 그대로 저자 대신 원고를 쓰는 건데요. 대신 써준다고 하면 없는 내용을 지어낸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도덕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대필은 저자가 가진 콘텐츠를 글로 옮겨주는 작업일 뿐입니다. 주로 대필은 저자를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해요. 강연이나 방송(특히 다큐멘터리) 내용을 원고로 옮기기도 하고, 특히 요즘엔 유튜브 영상을 원고로 옮기기도 해요.  비문학 작가들은 콘텐츠는 있지만 그걸 글로 잘 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시간이 없는 사람도 많고요. 그래서 대필 작가가 필요합니다. 대필 작가는 ‘스토리 작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필과 윤문 사이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자가 원고를 썼는데 그 수준과 분량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그러면 그 원고를 가지고 저자 인터뷰를 더 해서 원고를 완성하기도 합니다. 어떤 작업이든 중요한 건 저자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제조업에 비유했지만, 책은 한 권 한 권에 저자의 개성과 영혼이 담긴다는 게 다른 점이죠. 저자가 자주 쓰는 표현이나 문체를 고려하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작업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공을 거쳐 원고가 책이 됩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이 작업을 하는 우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이야기를 세상에 연결해주는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