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의 첫 책은 어떻게 중국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인생은 불안이 상수
책덕후 친구들, 잘 지내나요? 편집자 책케이에요. 폭풍 같은 6월에서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사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모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사무실 분위기가 좀 뒤숭숭한 나날을 보냈었어요. 뉴스를 본 지인들이 괜찮냐고 연락이 오기도 했어요. 저는 첫 번째로 다녔던 회사가 망해서 퇴직금도 못 받은 기억이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할 때 '망할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회사도 흔들리는 걸 보면서 오히려 인생은 불안이 상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받아들이니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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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베스트셀러가 궁금하다! <퇴사 후 산으로: 무당산에서의 200일>
辞职上山:我在武当的200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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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현실에 휘둘리고 있을 때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중국 베스트셀러 <퇴사 후 산으로: 무당산에서 200일>이에요. 직장인이라면, 떠나고 싶은 현대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제목 아니겠어요? 또 편집자로서 신인 저자의 첫 책이 어떻게 베셀이 됐는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저자는 리촹(李闯). 인류학 석사 출신으로 군 복무와 농사를 거쳐 학술출판사 편집자로 5년, 베이징 후퉁에서 잡화점을 하다가 무당산 금정 태화궁에서 200일 동안 자원봉사자로 지냈어요. 산에서 내려온 뒤엔 다시 대학입시를 치러 의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병원에서 실습 중이라고 해요. 출판사 편집자 출신이라는 점도 반가웠는데 그 인생 곡선이 정말 변화무쌍하더라고요.
저자는 산에 오르기 전까지 도관 생활을 꽤 낭만적으로 상상했대요. 향을 피우고, 경전을 읽고, 차를 마시고, 구름을 보며 살아가는 신선의 생활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산에서도 근태를 체크하고, 도사도 연말 업무보고를 쓰고, 경비 정산 잡무와 야근이 있었어요. 낙엽과 눈을 쓸고,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규칙을 무시하는 관광객들과 실랑이도 해야 하고요. 대설로 산이 봉쇄되자 식량을 걱정하기도 했죠.
출판사는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해요.
산 위와 산 아래, 모두 인간 세상이다.
도피처인 줄 알고 올라갔는데 거기도 삶이더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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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산으로>는 2026년 5월 출간 후 바로 비소설 신간 판매 5위에 올랐어요. 독자 반응도 꾸준해요. 더우반 월간 베스트셀러 4위(7월 기준)에 올라 있고, 800명이 넘게 리뷰를 달았어요. 데뷔작이 이렇게 인기라니,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지 조사해봤어요.
1. 6년의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저자에 대해 좀 더 조사하다가 2019년 12월 제몐신문 인터뷰 「辞职后,我上了武当山(퇴사 후, 나는 무당산에 올랐다)」를 발견했어요. 여기에는 출판사에서 5년 일하다 퇴사한 이야기, 후퉁에서 잡화점을 연 이야기, 무당산에 올라 태화궁을 쓸고 전각을 지킨 이야기가 이미 등장해요. 이제 막 시작된 산중 생활을 실시간으로 전한 기록이었죠.
사실 리촹은 SNS에서 편집자, 잡화점 주인, 무당산 자원봉사자, 의대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오랫동안 공개했어요. 초고를 완성한 뒤에도 네댓 차례 수정했고, 때로는 거의 처음부터 다시 썼다고 해요. 실제 책 리뷰에도 “몇 년 동안 그의 글을 읽어왔다”, “이름이 리 편집자에서 리 행상, 리 도사, 리 의사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봤다”는 독자가 반복해서 등장해요.
낯선 신인 작가의 첫 책이라기보다, 기존 팬들이 오랫동안 따라온 인생 서사의 완결판이 베스트셀러가 된 거죠.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죠? 한국도 이런 베셀이 많아요. 기존의 팬들이 바로 독자로 전환되는 것. 출판사들이 SNS를 돌며 저자를 찾고, SNS 인플루언서가 책을 내면 베셀될 확률이 높은 이유죠.
2. 현대인의 욕망을 건드리는 제목과 도교 트렌드의 만남
`辞职上山(퇴사 후 산에 오르다)`.
퇴사와 산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 생겨요.
“나도 일을 그만두고 산으로 가면 달라질까?”
여기에 ‘무당산에서 보낸 200일’이라는 부제가 붙으면서 막연한 힐링 에세이가 아니라 실제로 오래 살아본 사람의 기록이라는 구체성도 생깁니다. 저처럼 다른 나라 독자도 제목만 보고서 '앗, 이 책 뭐지?' 싶은 궁금증이 생기는 거죠.
게다가 중국에서는 도교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어요. 도교의 성지 무당산 방문객은 매년 급증해 2025년엔 1400만명을 넘겼다고 해요. 베이징의 한 도관이 연 무료 태극권 공익 강좌는 100여 자리가 1분 만에 마감되기도 했고요. 실제로 중국에서는 치열한 속세로부터 벗어나 주말이면 도관을 찾아가서 힐링을 즐기는 젊은 층이 많은데 이들을 '도교 감성 청년'이라고 하더라고요. 저자가 무당산에서 지냈던 2019년보다 이 책을 출간한 2026년이 중국에서 도교에 대한 호감도가 더 높아진 시기라 출간 타이밍도 더 좋았던 거죠.
여기서 저는 왠지 한국의 '힙불교' 트렌드가 겹치더라고요. 치열한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평온한 공간(절, 도관)에서 마음챙김에 집중하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것 같아요. 나라는 다르지만 젊은 세대에서는 삶의 모습이 많이 비슷해졌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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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케팅을 열심히 한 출판사
책이 베셀이 되려면 출판사의 지원 화력도 필수겠죠? 이 책을 낸 출판사는 저자의 친필 사인본을 비롯해 판매처마다 다른 굿즈를 준비했더라고요.
- 보쿠: 꼬마 도사 스티커 - 원쉬안: ‘산으로의 초대장’ 카드 - 중신: ‘도교 감성 청년’ 금박 카드 - 저장신화: 차표·안내판 미니카드 - 당당: ‘富瘦双全’ 투명 카드
기본 팬덤이 있는 저자인 만큼 이를 잘 활용했어요. 굿즈를 2~3개 갖고 싶다면 한 권은 소장하고 한 권은 선물해주면 되니까요. 리촹은 자신의 SNS 계정에서 출간 소식과 판매처별 굿즈와 구매 링크를 직접 안내했는데 이것만 봐도 출판사와 긴밀하게 협업했구나 라는게 보이더라고요. (판매처별 굿즈 이미지는 링크한 게시글 하단에 있어요)
PLUS) 흔한 퇴사 후 힐링 에세이와 차별화
이 책을 조사하면서 재미있었던 건 제가 끌렸던 제목과 다르게 이 책의 내용은 퇴사 후 힐링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무릉도원에 대한 대중의 낭만적 상상을 깨트리는 내용이죠. 이런 차별화 포인트와 저자의 독특한 이력 덕에 이 책은 출간 후 인터뷰나 기사로도 자주 소개됐다고 해요. 그중 한 매체에서는 '어디에 있든 목표가 있으면 KPI를 피할 수 없고, 사람이 있으면 처세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고요. 대중들의 로망과는 반대되는 내용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이 책이 차별화된 컨셉으로 대중들의 눈에 띄며 인기를 모은 게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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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저자인 리촹의 이력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군인, 농부, 인류학 석사, 출판사 편집자, 잡화점 주인, 무당산 자원봉사자. 그러다 서른여섯에 다시 대학입시를 보고 의대생을 거쳐 병원 실습생. 여기저기 점을 찍기만 하고 경력 없이 연결되지 않는 인생처럼 보여요. 그런데 어떤 독자는 이를 '그의 인생은 주선이 없어 보이지만, 모든 지선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흩어진 점도 나중에는 결국 한 권의 책이라는 선으로 이어졌고요. 앞의 방황들이 없었다면 리촹의 첫 책이 이렇게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지금 방황하고 있다고 해서 그 시간이 쓸모없는 건 아니에요. 리촹의 삶에서 커리어와 가장 동떨어진 산에서 보낸 200일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잖아요. 어떤 점이 어떤 선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죠. 저도, 책덕후 친구들도 나만의 점을 용기 있게 흩뿌리길 응원해봅니다.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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